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정호승의 결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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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에 대해서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 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깍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 먹을 줄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 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기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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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proverb
위대한 일을 성취하는 사람은 위대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다. 고통의 해결은 고통의 감지에서 시작되고, 위대한 고통은 그것을 해결함으로써 인간의 자부심을 드높일 수 있는 위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위대한 고통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은 축복을 받았다고…. (김광수의 《둥근 사각형의 꿈》중에서)